홈페이지-로고
메뉴 버튼

불안장애-매일 장례식장에 가다

https://mindkey.kr/anxietydisorder/29127897

6시다.

매일 남편이 기상하는 시간

신혼때부터 남편을 깨우는 건 가장 쉬운죽 먹기였다

남편 스스로 알람을 맞추고 제 시간에 거실로 나오는 지라 

난 그냥 조금더 일찍 일어나 남편이 먹을 아침만 준비하고 있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3년전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해 입원하여 심장혈관에 스텐트 삽입을 하고서

남편의 건강은 급속하게 나빠졌다.

당뇨도 함께 시작되어 86kg까지 나갔던 몸무게나 최근엔 68키로까지 빠졌다.

 

6시가 되어도 기척이 없는 안방.

6시 10분. 15분이 되면 부엌일을 하는 내 가슴이 쿵쾅거린다.

주방에서 안방까지는 내 걸음으로 열 발자국.

그 길지 않은 복도를 걸으면서 나는 저 문안의 상황이 두렵다

남편이 무슨 일을 당한건 아닐까. 

열었을 때 내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상황이 

펼쳐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난 어떡해야 하나.

119를 불러야 하나. 아이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상상의 나래는 어느새 몇시간을 훅 넘어간다.

난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의 조문을 받는다.

이어 화장터에 가고 납골당을 가고.....

난 남편의 모습이 곳곳에 묻어있는 이 집의 현관을 홀로 들어선다.

외롭고 두렵고. 남편이 뼈에 사무치게 그립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에 처박혀 매일 매일 울다 식음을 전폐한다.

 

칼같던 남편의 기상시간이 갈수록 부정확해지면서

한달에 몇번씩 난 이런 최악의 순간을 상상하며 두려움과 불안에 빠진다.

불안해하다 코끝이 빨개지며 눈물이 맺히고 맥박이 빨라진다.

 

비단 남편 뿐일까.

아이들이 멀리 여행을 간다던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간다던가 하면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오기전까지 난 불안에 휩싸여 평정심을 갖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황까지 머릿속에 그리며 다시 장례식장에 서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까지 상상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상황.

엄마답지 못하고 어른답지 못한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해 

가족들에게 차마 말하지는못하는 내 고민이다.

어찌 말하겠나. 

남편이. 아이들이 사고당할까봐 두렵고

최악의 상황까지 머릿속에 자주 그리고 산다는 것을.

 

기차를 타고 길을 떠나면 탈선해서 사고나는 상상을.

비행기를 타고 가면 추락하는 상상을.

자동차를 타고 가면 전복되는 상상을 하며 집을 나선다.

몇년전 아이들과 일본 여행을 가면서 인천공항가는길에 언뜻 기사를 보니

중국발 불개미로 인한 일본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다는 기사를 봤다.

너무 불안하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비싼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나를 보고

아이들이 기막혀했고 두고두고 놀렸다. 일본 여행내내 개미는 단 한마리도 보지 못했기에.

출발전에는 일본에서 북한 간첩에게 잡혀갈까봐 절대 혼자 나다니지 말라는 잔소리까지 했다. 

온 가족들에게 내 불안장애는 놀라울것이 없었다.

하지않아도 될 걱정과 염려가 많은 엄마로 이미 낙인이 찍혀있었다.

 

내 소심하고 약한 성격도 불안장애를 겪는 큰 요인이 되는 듯하다.

닥치지도 않은 사고를 예상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비단 요즘의 문제만은 아닌듯하다.

생각해보니 어릴적엔 항상 전쟁의 위험을 느끼고 살았다.

열심히 공부한 날이면 이렇게 죽어라 공부를 했는데 

내일 전쟁이 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자주 했던것 같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은데 

지구가 멸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꽤나 자주 했었고.....

 

비관적이고 암울한 성격은 나의 미래까지 결정지어놓았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말이다.....

난 재산을 정리해서 유럽으로 갈 것이다.

거기선 원한다면 내 삶을 내가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조력자살이 법으로 허용되어있다.

그리고 다음 생애에는 돌맹이로 태어나고 싶다. 

無 그 자체이고 싶다. 

 

나의 불안정했던 유년시절이 나의 이런 성경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얼마전 나보다 9살 많은 오빠가 스위스 조력자살 단체에 가입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난 형제이기에 안쓰러움과 함께 동질감을 느꼈다.

이런 불안장애를 겪는 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불면증이나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염려하고 

마음이 항상 불안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나의 증상이

바로 불안장애이고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니

마냥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이 질환을 고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을때까지 이 성격으로 힘들거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나의 오래된 이 질환은 고쳐질 가능성이 있지않은가.

나의 힘으로 안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나의 질환을 주변에 오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나의 짧은 소견과 얕은 지식으로만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하기보다는

다양한 책과 강의를 접하며 다른 사람들의 희망찬 삶을 배워나가고 싶다. 

요샌 예전과 다르게 쉽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맘만 먹으면 좋은 강의를 내 방에서 휴대폰으로 편히 들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소재로 커뮤니티를 나눌 수 있다.

내 문제점을 내가 알고 있다면 이미 반은 고친 것이 아닐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않고 지금의 고민을 희망적으로 보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최악을 떠올리며 겪는 매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걱정은 내가 유독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심한 것이라 봐진다.

누구나 죽음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만 매순간 죽음을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고 오늘에 만족하고 나를 사랑하는 많은 가족들. 벗들을 떠올리며

행복하고 소중한  매순간의 자그마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매번 고민상담을 쓰면서 내가 달라지는게 없다면 나는 지금 아무 의미없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달라지진 않겠지만 불안. 자존감. 조울증. 우울증등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나의 과거를. 현재를. 나의 삶을 한자한자 적어내려가다 보면 분명 얻어지는게 있기에

이 또한 감사한 순간이지 싶다. 

내가 잊고 있던, 놓치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깨우치게 해주는 이 순간에 감사한다. 

이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문제점을 인지하는 시간이.

나아지고자 하는 작은 시도가 되고 이런 노력들로 인해 언젠가는 변화되는 나를 기대해 본다.

 

 

 

 

 

0
0
신고하기
close-icon

작성자 익명

신고글 불안장애-매일 장례식장에 가다

사유 선택
  • 욕설/비하 발언
  • 음란성
  • 홍보성 콘텐츠 및 도배글
  • 개인정보 노출
  • 특정인 비방
  • 기타

허위 신고의 경우 서비스 이용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 2